정부가 올해 풍력발전 설비 경쟁입찰 결과를 발표하면서 국내 시장을 장기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의지와 동시에 에너지안보를 확보하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았다.
19일 공개된 2024 풍력 설비 경쟁 입찰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대규모 고정식 해상풍력 단지들이 선정됐으며 처음으로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도 낙찰현장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입찰에 참여한 현장은 ▲안마해상풍력1‧2(224MW, 308MW) ▲태안해상풍력(500MW) ▲한빛해상풍력(340MW) ▲한동‧평대해상풍력(105MW) ▲야월해상풍력(104MW) ▲압해해상풍력(83.85) 등 7개 현장으로 1664MW가 입찰에 참여했으며 이 중 ▲안마해상풍력1‧2 ▲태안해상풍력 ▲야월해상풍력 등 4개 현장 1136MW가 최종 선정됐다. 한빛해상풍력과 압해해상풍력, 한동‧평대해상풍력 사업은 고배를 마셨다.
특히 올해 처음 실시된 부유식 해상풍력 부문에선 500MW 공고물량에 750MW 반딧불이 부유식해상풍력 현장 1곳이 단독 응찰해 최종 선정됐다. 고정식과 부유식을 합쳐 1886MW가 선정됐는데, 이는 지난해 1431MW 대비 31% 늘어난 물량이다.
2024년 풍력 설비 경쟁입찰 낙찰사업. 산업부 자료 재구성. [제공=산업부]
업계에선 올해 입찰 결과가 정부의 향후 해상풍력 산업 육성 방향을 보여주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중국과 연관된 현장의 입찰 선정 여부에 업계의 시선이 쏠렸다.
평가 결과 지난해 낙찰된 낙월해상풍력을 개발해 온 명운산업개발의 한빛해상풍력은 탈락했다. 한빛해상풍력은 낙월 사업을 개발하면서 확보한 명운산업개발의 공급망에 국내 터빈기업인 유니슨의 10MW 터빈을 결합한 프로젝트였다.
지난해 명운산업개발은 낙월해상풍력 현장을 개발하면서 중국 벤시스 터빈을 사용해 비판을 받았지만 올해는 국산인 유니슨 제품으로 교체했기 때문에 낙찰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었다.
한빛해상풍력 관계자는 “올해 입찰에서 선정되지 못해 아쉽다”며 “내년 상반기에 입찰이 예정돼 있는 만큼 부족한 점을 보완해 다시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유니슨과 중국 밍양이 함께 개발하는 6.45MW 터빈을 사용하기로 한 압해해상풍력 또한 고배를 마셨다. 비록 단지 규모는 84MW 규모로 올해 입찰 참여 현장 중 가장 작지만 저렴한 유니슨‧밍양 제품이 사용된 만큼 가격 평가에서 탈락했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해상풍력 개발사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올해 입찰 결과는 중국과 조금이라도 엮였으면 낙찰이 쉽지 않았다”며 “개발사들이 중국뿐 아니라 외산 공급망이나 인프라를 사용하는 데 앞으로 더욱 신중해 질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입찰 평가는 독립된 입찰 평가위원회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미선정된 현장이 어떤점이 미흡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산업부는 공급망과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이며 특정 국가를 배척하려는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 어려움 불구 韓 풍력 경쟁입찰 성공
에퀴노르 반딧불이 해상풍력발전단지 조감도. [제공=에퀴노르]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인플레이션과 공급망 병목 현상이 발생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수의 글로벌 해상풍력 개발사들은 해외 시장에서 짐을 싸기 시작했으며 각 국 정부는 입찰에 참여하려는 현장을 모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덴마크는 이달 시행한 풍력 입찰에서 단 한 개의 사업자도 유치하지 못했으며 영국 또한 지난해 5GW 규모의 해상풍력 발전 사업 입찰을 실시했으나 응찰자를 구하지 못한 바 있다.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국내 해상풍력 입찰은 지난해 1.4GW에 이어 올해도 1.8GW가 넘는 규모의 현장을 선정하면서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산업부는 지난해 비공개였던 상한가(167.8원)를 올해 공개로 전환한 후 176.6원으로 상향 조정해 입찰 참여를 독려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부유식 해상풍력 분리 입찰을 시행하면서 대규모 부유식 단지를 유치한 것 또한 주요한 특징 중 하나다. 입찰에 선정된 에퀴노르가 최종 투자 결정(FID)을 마치게 되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큰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를 비롯해 공급망과 인프라를 갖추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부유식 해상풍력 현장에 지멘스가메사와 14MW 해상풍력 터빈을 공급하기로 한 두산에너빌리티, 다이나믹 케이블 공급사 LS전선, 포스코이앤씨를 비롯한 T&I 업체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앞선 트랙 레코드를 쌓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에퀴노르 관계자는 “에퀴노르는 반딧불이 프로젝트를 통해 한국 기업 및 지역사회와 협력하고, 수익성을 갖춘 부유식 해상풍력의 규모 확대와 산업화를 실현하고자 한다”며 “한국의 탈탄소화와 에너지 안보 강화에 기여할 것이며 중공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일자리와 투자를 창출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상보다 강화된 입찰 기준에 유니슨 좌절
유니슨이 제작한 10MW급 직접구동형 해상풍력 발전기. [제공=유니슨]
이번 풍력 경쟁입찰은 지난 8월 발표한 ‘해상풍력 경쟁입찰 로드맵’에 따라 공급망과 안보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 시행됐다. 로드맵에 따라 비가격지표(배점 40점→50점 확대)를 강화한 2단계 평가를 적용했으며, 1차 평가에서는 비가격지표로만 평가하고 2차 평가에서 가격지표 점수(50점)를 합산해 최종 낙찰현장을 결정했다.
이는 지난해 입찰 결과에서 중국 기업들이 참여한 현장이 포함됐으며, 이는 에너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을 수용해 산업부에서 내놓은 조치다.
이에 국내 개발사 및 기자재 기업들도 국산화 비중을 더욱 강화해 이번 입찰에 참여했지만 예상보다 더욱 높았던 평가 기준에 당황하는 분위기도 포착된다.
유니슨-밍양 제품을 사용하기로 한 압해해상풍력뿐 아니라 유니슨의 단독 제품을 사용기로 한 한빛해상풍력 현장이 모두 입찰에서 탈락하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유니슨은 충격에 휩싸였다.
최근 6분기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도 풍력 터빈 개발에 투자를 멈추지 않았으나 올해 입찰에 자신들이 참여하는 현장이 한 곳도 낙찰되지 않으면서 어려움은 장기화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해상풍력 업계 관계자는 “유니슨은 국내 풍력 시장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투자를 지속해온 기업으로 올해 반등을 노렸으나 결과적으로 어렵게 됐다”며 “유니슨이 경영 부진을 버티지 못하고 도산한다면 국내 터빈 시장은 결국 외산 터빈에 자리를 내줄 것”이라고 말했다.
성진기 한국풍력산업협회 부회장은 “우리 정부가 글로벌 해상풍력 위기 속에서도 2년 연속 성공적인 입찰 결과를 이끌어 냈다”며 “특히 올해 안마해상풍력, 야월해상풍력, 반딧불이 해상풍력 등 현장에 참여하게 된 두산에너빌리티가 글로벌 터빈사로 발돋움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다만 “오랜 투자를 지속해 온 유니슨이 올해 입찰에서 수주에 실패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두산에너빌리티와 유니슨이 지속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내 풍력 시장에 활력을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