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불난 전기차, 원인미상에 ‘포비아’ 확산…캐즘 확대 ‘트리거’ 우려도
- 전기박사신문
- 2024-08-06 11:2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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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기사는 전기신문에서 취재·작성한 기사입니다.
지하주차장에 서있던 벤츠 전기차 세단 EQE 350서 열폭주로 대형 화재
CATL NCM 811 배터리 기술 문제와 EQE 지상고 및 BMS 등 여러 원인 물망에
이유 막론하고 전기차 화재에 대한 공포 확산, 전기차 '포비아'로 수요와 인프라 확대 어려워질듯
화재로 전소된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 차량 [사진=연합뉴스]
전기차가 주차중에도 대형 화재를 일으키면서 '포비아'를 일으키고 있다.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전기차 화재 우려만 일파만파 커지면서 전기차 주차를 제한하는 등 혐오가 깊어지고 있다. 완성차 업계도 '캐즘'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모습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전기차가 화재를 일으켰다.
전기차는 8시간여 꺼지지 않았으며, 주변 차량을 전소시키고 아파트에 전기와 수도 공급까지 문제를 일으켰다. 결국 여러 주민들이 이재민으로 대피해 생활하고 있다.
이번 전기차 화재는 주차중인 차량에서 발생해 더욱 공포를 확대하고 있다. 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지난달 29일 저녁부터 60시간 가량 시동도 켜지 않았다. 충전중도 아니었고, 충격을 받지도 않았다. 전기차 포비아가 확대되는 이유다.
파라시스 NCM 배터리 [사진=파라시스]
◆ 중국산 배터리 문제?
수사당국과 제조사 등은 화재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 중이지만, 명쾌한 답을 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400도 고열로 차량이 전소된 탓에 증거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일단 발화점은 배터리가 유력하다. 소방당국이 공개한 CCTV를 보면 화재는 차량 배터리에서 연기를 내면서 시작됐다. 그동안 주차중 화재 사고 중 상당수가 블랙박스 등 전자 장치 때문이었지만, 이번 사고는 달랐다.
화재 차량은 메르세데스-벤츠 EQE 350으로, 중국 파라시스 배터리로 확인됐다. 구체적인 모델이 확인되지는 않았지만, 동급 모델이 '하이니켈' 배터리를 사용했던 만큼 이 모델도 니켈 함량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니켈 함량이 높으면 불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파라시스 배터리는 중국 베이징자동차(BAIC)가 EX360과 EU400 등에 도입했다가 3만여대에 걸쳐 대규모 리콜된 바 있다. 당시에도 화재 우려가 나왔었다.
'덴드라이트'에 의한 합선 가능성이 거론되는 이유다. 덴드라이트는 리튬이 뾰족한 나뭇가지 모양 결정체로 자라는 현상으로, 성능 저하는 물론 정차 중에도 커지면서 분리막을 손상시킬 수 있다. NCM 배터리 기술 핵심으로,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크게 뒤쳐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배터리 문제로만 화재 원인을 추정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산업계 한 관계자는 "NCM 배터리가 불안정해 자동차나 스마트폰에서도 발화사고를 낸 적이 있지만, 아무 이유없이 열 폭주를 일으킬 수는 없다"며 배터리 결함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냈다.
메르세데스-벤츠 안전기술센터 전기차 충돌시험 엔지니어 마르셀 브로드벡이 국내에 소개한 EQS SUV 충돌 테스트 차량 [사진=김재웅기자]
◆ 배터리 충격 가능성 높아
전기차 발화 원인이 충격 때문이라는 주장에도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수사당국이 확인한 결과 주차 중에는 특별한 충격을 받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충격이 누적돼 배터리 분리막이 손상을 입은 상황에서는 충분히 정차 중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벤츠 EQE는 낮은 지상고로 과속방지턱과 주차장 등에서 배터리 충격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세단형인 탓에 지상고가 CUV형과 비교해 20mm 이상 낮은데, 실제로는 20mm 가량 더 낮다는 글도 커뮤니티에서 공유된 바 있다.
배터리 손상을 모니터링하는 BMS도 정상이 아니었을 수 있다. 벤츠는 BMS 문제로 리콜을 진행한 바 있다. 데이터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과부하로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국내에서는 물론 미국에서도 리콜을 제공했다.
실제로 지난해 미국에서 동일 차종이 주차 중 발화해 집을 태우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차량은 파라시스가 아닌 CATL NCM 811 배터리를 사용하긴 했지만, 리콜을 받지 않았던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차주가 제 때 리콜을 받지 않았다면 충분히 자연 발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차주가 리콜을 받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벤츠는 일단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으로, 일단은 배터리 결함이나 차량 등 가능성에도 언급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벤츠 관계자는 "아파트 및 피해 지역 주민 등에게 깊은 유감"이라며 "당국에 협조해 차량을 철저히 조사하고 근본 원인을 파악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 볼트업 충전기를 전기차가 사용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블로그 갈무리]
◆ 캐즘에 '트리거' 되나
전기차 화재 원인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번 화재 사고 자체가 전기차 시장을 완전히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원인이 어떻든 전기차 화재가 심각한 재산과 인명 피해를 낼 수 있음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NCM 배터리는 화재시 순식간에 온도가 1000도를 훌쩍넘는다. 차량에 타고 있다면 대피하기도 전에 화상을 입을 수 있고, 대피하더라도 유독가스를 피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에서도 주변 차량 수십대는 물론 아파트에도 손상을 입혀 전기와 수도를 끊기게 했다.
소화도 어렵다. 현재까지는 배터리가 있는 하부에 물을 뿌리는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지만, 장비가 커서 지하로는 반입하기 어려운데다가 사용하는 물도 많아서 사용이 제한된다. 그나마도 금방 불을 끄지 못한다.
이에 따라 전국 빌딩과 아파트 등에서는 전기차를 지하에 주차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하거나 추진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파주공장도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를 주차하지 말도록 전사에 공지하면서 기업과 공장으로도 이같은 조치는 확산할 전망이다.
전기차 충전기 설치 사업도 위축될 분위기다. 이미 여러 기업들이 지하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소를 건설해왔던 상황, 이번 사고로 확대는 물론 기존 시설도 이전해야 할 처지가 됐다.
환경부도 이번 사건으로 '전기차 충전 기반시설 확충 및 안전 강화 방안'을 이행 중이라며, 올 초 한국전기설비기준(KEC)에 따라 충전기 설치 가능 지하를 3층까지로 제한하고 CCTV를 의무화하는 등 규제도 설명했다.
완성차 업계도 전동화 전략을 대폭 수정할 가능성이 높다. 국내 뿐 아니라 글로벌 본사에서도 높은 관심을 보이는 상황, 내부적으로도 추후 전략을 논의 중이라는 전언이다. 확정된 신차는 계획대로 출시하겠지만, 추후 라인업 확대 등에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으로 소비자들도 전기차 구매를 꺼리게 되는 것은 물론 충전기 설치 등 인프라 확대 속도도 늦춰질 것"이라며 "전고체 배터리 등으로 안전성이 확인되기 전까지 전기차 캐즘이 더 깊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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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전기신문(https://www.electimes.com/news/articleView.html?idxno=34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