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현 교수 “우라늄 시장 공급자 우위로 재편…수급체계 따져볼 때”
- 전기박사신문
- 2024-07-17 11:5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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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기사는 전기신문에서 취재·작성한 기사입니다.
장기적으론 우라늄 공급량 부족…관건은 필요 물량 적기 조달
“장기계약·농축시설 투자 확대해 러시아 대체할 공급선 확보”
수의계약, 복잡한 투자절차 개선…미국과 우라늄 공급 협력↑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 [사진=정세영 기자]
우라늄 시장을 두고 서방세계와 중국·러시아의 공급망이 분절되는 주요 분기점을 맞이했다. 지난 6월 러시아산 농축우라늄 금수법안을 통과시킨 미국이 후속 조치를 잇달아 내놔서다. 최근 미국 정부는 자국 공급원으로부터 저농축 우라늄(LEU)을 구매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자그마치 27억달러(약 3조8000억원) 규모다. 새로운 농축시설이나 기존 농축시설의 용량 확장 프로젝트도 포함돼 있다.
문제는 미국의 움직임에 서방세계가 동조하는 분위기를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과 캐나다, 프랑스, 일본, 영국 등 5개국은 지난해 4월 일본 삿포로에서 열린 G7 원자력에너지포럼에서 핵연료 공급망 다각화를 골자로 한 ‘삿포로 5’를 구축, 5개국 주도로 42억달러(약 5조6557억원)를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이처럼 우라늄 시장을 둘러싼 기류가 예사롭지 않은 탓에 한국의 고민도 깊어질 전망이다. 과거처럼 러시아산 우라늄에 선뜻 손을 내밀 수 없어서다. 본지는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를 만나 세계 우라늄 시장 상황과 한국의 대응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지난해부터 우라늄정광 가격이 치솟더니, 최근 미국은 러시아산 농축우라늄 금수법안을 통과시켰다. 우라늄 시장 상황을 어떻게 전망하나.
“원자력 수요 증가, 러-우 전쟁으로 인한 서방의 대러 제재 강화 등이 겹치면서 우라늄 가격이 상승하는 추세다. 기후위기 극복과 에너지 안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에너지원인 원자력에 대한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라늄 공급이 단기간에 확충되기는 어려워서다. 과거 우라늄 광산 개발에 대한 투자가 지지부진했고, 우라늄 광산업자들도 아직 미래 수익에 대해 확신하지 못해 신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질 못한다. 불안정한 국제정세는 불확실성마저 커서 얼마나 오랫동안 우라늄 공급 시장에 영향을 미칠지 예측이 어렵다. 다만 단기적으론 우라늄 공급에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본다. 2035년쯤 우라늄정광의 수요는 2억900만파운드에 이르는 반면, 공급은 1억1400만파운드에 그친다는 통계도 있다. 2020년 이전만 해도 우라늄 시장은 수요자 우위였지만, 앞으론 공급자 우위로 재편된다는 의미다.”
▶한국 원전의 발전단가 중 연료비 비중은 대략 11~12%로 알려져 있다. 전반적인 우라늄 가격이 치솟더라도 발전단가가 크게 뛸 것 같진 않다. 문제의 핵심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우라늄 가격이 원전 발전단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 우라늄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선 가격보다 우리나라가 필요한 우라늄 물량을 적기에 확보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우리나라는 핵연료 성형·가공을 제외한 나머지 밸류체인, 즉 우라늄 광물과 정광, 우라늄 변환 및 농축 서비스를 100% 외국에 의존하고 있다. 지금이야 장기계약 등을 통해 우리가 필요한 물자와 서비스를 제때 확보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이 시스템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는 한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라늄 자원과 관련 서비스를 오랫동안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수급 체계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고 본다.”
▶우라늄정광, 변환-농축 시장은 접근법이 다를 것 같다. 우라늄 광산은 전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반면, 농축시설은 소수의 국가만 운영한다. 앞으로 한국의 우라늄 확보 대책은 어떻게 변해야 하나.
“현 상황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우라늄정광, 변환-농축 시장 모두 공급 부족을 겪을 것이다. 러-우 전쟁으로 대러 제재는 갈수록 강화되는데, 러시아는 세계 우라늄 시장의 큰손이다. 러시아는 세계 우라늄정광 시장의 13%, 변환 시장의 25%, 농축 시장의 37%를 각각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우라늄 시장에서 러시아의 공백을 금방 메꾸긴 어렵다는 점이다. 미국도 농축우라늄 금수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유예기간을 뒀다. 그만큼 러시아의 시장 지배력이 크다는 뜻이다. 어쨌든 우리나라를 비롯한 서방권 국가에겐 러시아를 대체할 공급선을 찾는 것이 급선무가 됐다. 우리나라도 우라늄 자원과 서비스 시설을 확보한 나라들과 협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쉽진 않겠지만 꾸준한 자원외교를 통해 이들 나라의 기존 시설을 확충하거나 신규 시설을 건설할 때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또 기존 공급선과 장기계약을 확대해 나갈 필요도 있다.”
▶그동안 우라늄 수급은 국내 유일한 원전 운영사인 한수원이 국제입찰을 통해 해결해 왔다. 우라늄 시장 변화에 맞춰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공기업인 한수원은 원칙적으로 ‘국제경쟁입찰’에 의한 연료 조달만 할 수 있다. 이 방식은 원전연료 구매의 특수성이 무시되고, 일반적 물품·용역 계약으로 일률적으로 취급돼 급변하는 우라늄 시장의 현실과 괴리된 측면이 있다. 기본적으로 원전연료 시장은 핵비확산 질서를 따라야 하는 데다, 과점시장이라는 특수한 환경에 최근 지정학적인 리스크까지 곁들여져 블록화가 이뤄지고 있다. 안정적인 서구권의 우라늄 공급사가 필요하나, 분절된 시장에서 경쟁입찰 방식만으론 서구권 공급사와 계약을 맺지 못하고 실기할 리스크가 커진다.
개인적으론 국제정세가 급변할 때처럼 긴박한 경우엔 정부가 유권해석이나 행정명령을 신속히 내려 원전연료를 수의계약하게 하거나, 자원안보특별법 하위법령 제정 시 수의계약 요건을 완화하는 방안을 정부에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면 한다. 또 원전연료에 대한 해외시설 투자에 나설 수 있도록 정책적인 지원을 법제화할 필요도 있다. 현행 법제하에선 행정소요 시간이 너무 길다. 한수원의 사내 투자심의 절차도 복잡한데, 조금 더 간소화해야 한다.
경제성만 따지면 서구권 공급사는 중국과 러시아 공급사에 비해 가격도 높고, 상업화 성공 여부나 경제적 리스크가 큰 편이어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는 것도 장담하기 어려울 정도다. 하지만 서구권 공급사와 수의계약을 맺거나 직접투자를 통해 양국 간 전략적 파트너십, 가치 외교 강화 등 정성적인 효과도 앞으론 비중 있게 고려해야 한다. 경제성과는 다른 시각과 차원에서 직접투자를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미국과의 협력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나.
“지난 2015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 협력 협정’ 제8조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우리나라에 저농축 우라늄의 신뢰할 수 있는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다. 협상 전략을 수립한 후 우선 양국 간 저농축 우라늄(LEU) 공급 보장에 관한 협상을 개시해야 한다. 협상 개시가 너무 늦어져서는 안 된다. 한미 원자력 고위급위원회를 재가동하고, 협정 제8조 이행에 관한 사항을 논의해야 한다.
미국의 핵연료 기업 센트러스 에너지(Centrus Energy)와 한수원의 파트너십은 우라늄 공급에 관한 한미 양국 간 협력 가능성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미국은 지난 1993년부터 진행됐던 ‘메가톤 투 메가와트(Megatons to Megawats)’ 프로젝트 여파로 여전히 러시아산 농축우라늄 의존도가 높다. 미국 기업이 자국 내 농축시설을 구축할 때 한국 기업이 적극 투자하면 안정적인 물량 확보는 물론, 미국으로부터 신뢰를 얻어내는 데도 유리하다.”
◆He is...
▲1968년생 ▲서울대 원자핵공학 학사·석사·박사(1986~1996) ▲한국연구재단 원자력PM(2013~2015) ▲사용후핵연료관리핵심기술개발사업단 이사장(2021~현재) ▲한국핵물질관리학회 부회장(2023~현재) ▲단국대학교 에너지공학과 교수(2019~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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