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앞에 흔들리는 탄소중립…전략 수정 나선 기업들
- 전기박사신문
- 2024-07-09 16:3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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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글로벌 완성차 업계 등 줄줄이 전략 수정 나서
탄소중립 회의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 형성 영향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한계 분명…강력 규제 같이 작동해야”
국립대구과학관 실내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기후위기가 찾아온 지구를 나타내는 SOS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탄소중립 회의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 형성 영향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한계 분명…강력 규제 같이 작동해야”
국립대구과학관 실내 전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기후위기가 찾아온 지구를 나타내는 SOS시스템을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인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을 위한 ‘탄소중립’ 목표가 흔들리고 있다. 영리를 추구하는 집단인 기업이 ‘돈’과 ‘환경’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어서다.
최근 구글이 발표한 연례 환경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자사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1430만t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했다. 2019년과 비교하면 무려 48%나 늘어난 수치다.
구글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급증한 주요 원인으로 인공지능(AI) 집중 투자 여파에 따른 데이터센터의 소비전력량 증가를 지목했다. 그러면서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흡수량을 늘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AI와 데이터센터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는 구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5월 마이크로소프트(MS)도 데이터센터 건설 때문에 지난해 온실가스 배출량이 2020년 이후 30%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MS는 2030년까지 탄소중립을 넘어 연간 실질적 탄소 배출량을 마이너스로 만들겠다며 ‘문샷(Moonshot, 달 탐사처럼 혁신적인 도전)’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브래드 스미스 MS 사장은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 면에서 달은 2020년보다 5배 더 멀리 떨어져 있다”고 언급했다. 구글과 마찬가지로 목표 달성 가능성이 불투명하다는 의미다.
과거 누가 더 강력한 탄소 감축 목표를 내놓는지 경쟁하던 빅테크(거대기술기업)들이 도리어 탄소 배출량이 증가했다며 감축 목표 달성에 회의적 입장을 내놓고 있는 것은 AI 열풍으로 인한 경쟁 과열 때문이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AI 기술 발전에는 데이터센터 내 막대한 전력 소모가 수반되는데, 이는 곧바로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
문제는 AI는 빅테크들에 미래 핵심 먹거리라는 점이다. 이에 빅테크들은 환경을 위해 AI 경쟁에서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이다. 즉 ‘돈’이 되는 AI를 포기할 수도, 그렇다고 이미 선언한 탄소중립 목표를 거둘 수도 없는 ‘사면초가’ 상태에 빠진 것.
빅테크뿐만 아니라 눈앞에 놓인 이익을 놓칠 수 없어 전략 수정에 나선 기업의 사례들은 이미 여럿 존재한다.
글로벌 완성차 업계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전기차 시장 캐즘(일시적 수요 둔화) 등의 여파로 수송 부문 탄소중립 실현의 키를 쥔 전동화 전략을 줄줄이 수정하고 있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 BMW, 폭스바겐그룹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2020년대 초반에만 해도 2025년까지 전체 판매량의 50%를 전기차로 채우고, 2030년에는 100% 전기차 판매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최근 이를 번복하고 있다.
세계적인 ‘ESG 열풍’을 이끈 세계 최대 투자사 블랙록을 비롯한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2017년 12월 출범한 기후행동 100+(Climate Action 100+)은 다배출 기업에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하는 세계 최대 투자기관 이니셔티브인데, 대표 회원사인 JP모건과 SSGA(State Street Global Advisor), 블랙록이 탈퇴 또는 활동 범위를 축소했다.
최승신 C2S컨설팅 대표는 산업계에 이 같은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는 배경으로 기업 본연의 역할과 ‘ESG 백래시(backlash·반발)’ 분위기 조성 등에 주목했다.
최 대표는 “이유는 간단하다. 기업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단연 수익성이다”며 “기업이 친환경을 좇다가 돈이 안 될 것 같으니 전략을 수정했다는 말도 일정 부분 맞다. 다만 최근 ESG 열풍이 식으면서 과거와 달리 감축 목표 달성에 회의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가 형성된 영향도 크다”고 분석했다.
환경단체에서는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은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규제 범위 안으로 들어와야 산업계의 탄소중립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현영 녹색전환연구소 부소장(변호사)은 “기업이 감축 의지를 가지고 경영에 나서도 투입되는 막대한 비용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또한 탄소중립 중간목표인 2030년을 목전에 둬 전체적인 사업 모델 변화를 주는 것도 주저하게 만드는 것 같다”며 “ESG 공시 의무화나 산업계 온실가스 배출 제한 등의 강력한 규제가 같이 작동하지 않으면 탄소중립 실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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