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망 적기 확충 힘들어, 전력 신뢰도 완화 등 송전망 이용률 높여야"
- 전기박사신문
- 2024-07-30 10: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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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기사는 전기신문에서 취재·작성한 기사입니다.
본지, ‘전력망 확대 위한 제도개선 및 과제’ 포럼 공동 개최
"비상사태 가정한 ‘N-2’, 안정성 높지만 효율성은 낮춰"
“전력 운용 신뢰도 완화, 국민적 공감 어려울 것”
“전력망 확충 단기간 해결 어려워, 플랜B 필요”
본지는 26일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전력망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및 과제’ 포럼을 개최했다. 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송화창 서울과기대학교 교수 ▲최명환 한국전력공사 실장 ▲최홍석 전력거래소 처장 ▲김종화 영인에너지솔루션 사장 ▲손용호 강릉에코파워 부사장 ▲박진표 태평양 변호사가 참여해 패널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안상민 기자]
전력망 확충이 늦어지면서 발전사업자들의 피해가 누적되자 전력 계통 운영 신뢰성 기준을 일시적으로 완화하고 송전망의 이용률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본지는 26일 국회 허성무 의원(민주당,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력포럼·전력계통 포럼, 전기연구원과 공동으로 국회도서관 대강당에서 ‘전력망 확대를 위한 제도개선 및 과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김창섭 가천대학교 교수를 좌장으로 진행된 패널토론에서는 ▲송화창 서울과기대학교 교수 ▲최명환 한국전력공사 실장 ▲최홍석 전력거래소 처장 ▲김종화 영인에너지솔루션 사장 ▲손용호 강릉에코파워 부사장 ▲박진표 태평양 변호사가 참여해 전력망 확대를 위한 계통 신뢰성 조율을 놓고 찬반 의견을 냈다.
현재 전력 운용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전력운용 비상사태를 가정한 ‘N-2’ 기준을 적용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지가 이날 토론의 논제였다. N-2 기준은 폭풍과 산불 등 자연재해 발생에도 원활한 송전망 이용이 가능한 수준으로 전력 신뢰도를 강제한 상태다.
전기를 공급받는 국민과 기업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전력을 전달받는다는 장점이 있지만 송전망 이용 용량 제한 등 규제로 발전사업자의 출력제한 피해가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최근 송전망 확충 지연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궁여지책으로 송전 용량을 높여달라는 목소리가 발전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계통운영의 핵심은 ‘안전성’…리스크 관리 어려워
송화창 서울과기대 교수(왼쪽 두번째)를 비롯한 패널들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안상민 기자]
송화창 서울과기대 교수는 “계통운영에서 경제성과 안전성은 상당히 상충하는 문제다. 산업부 고시인 ‘전력계통 신뢰도 및 전기품질 유지기준’에 따르면 전력계통 운영 시 적정성과 안전성을 유지해야 한다.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계통을 운영하는 것은 대규모 정전을 억제하고 계통에 포함된 참여자와 부하 설비의 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계통 계획과 운영 측면에서 통상적으로 고려하는 상정고장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계통 운영이 돼야 한다는 점이다. 낙뢰가 쳤을 때 한 개소에서 이회선 고장이 발생할 개연성이 충분히 많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안정도 수준을 높게 유지하는 것은 전력 시장을 기본적으로 원활히 운영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최명환 한전계통계획실장은 “신뢰도 기준을 완화하면 전력을 좀 더 보낼 수 있게 되는 대신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생긴다. 문제는 이 리스크를 누가 지고 또 실제로 피해보는 사람이 리스크를 용인할 것인지 불확실 하다는 점이다. 가장 높은 전기 신뢰도를 누리는 우리 국민들은 정전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고자 하는 의사는 낮다. 신뢰도 기준을 완화하는 것에 국민들의 동의를 받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대규모 부하차단을 하지 않고 순환정전을 했던 지난 ‘2011년 9·15 순환 정전’은 아직도 국민들에게 회자되고 있다. 리스크 감수에 대한 논의가 선행되지 않으면 기술적인 것을 떠나 전력당국과 국민들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홍석 전력거래소 처장은 “전력거래소는 국가의 법적 시스템 안에서 전력망을 안전하게 운영하는 책무를 가지고 있다. 전력계통 사고는 눈 깜짝할 새 일어난다. 거대한 시스템이 언제 어디서 고장날지 모르기 때문에 안정적으로 망을 운영하기 위해 글로벌 기준은 상정고장을 검토해 사전대책과 사후대책을 세우도록 돼 있다. 사전대책은 단일고장과 이중고장 기준인 N-1, N-2를 통해 사전에 출력을 줄이거나 고장파급방지장치(SPS)를 미리 달아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고 N-3를 비롯한 다중고장은 사후 대책으로서 복구플랜으로 가져가도록 돼있다. 몇초만에 상황이 터지기 때문에 이 짧은 시간 동안 사람이 적절한 의사판단을 내려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에 분명한 안전 기준을 갖추고 이를 시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계통 부족 문제는 현실, 인정하고 과감한 대책 세워야
패널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안상민 기자]
김종화 영인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전력망 부족의 원인을 따지자면 먼저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현상이라는 점을 짚고 넘어가야 한다. IEA에서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까지 전세계에 송전망이 2배로 증가돼야 하고 교체수요도 크다고 한다. 송전망 부족은 더 이상 한전만의 일이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의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국가적 차원의 송전망 확충 특별법 제정 ▲과감한 해저 그리드 건설 ▲그리드 분야 공급망 확대를 위한 국가적 재정지원 ▲전력계통의 전반에 필요한 인력 확충 ▲송전망 건설에 민간투자 허용 등 대책이 나와야 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손용호 강릉에코파워 부사장은 “동해안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보내는 22GW의 송전망이 있지만 현재 N-2 신뢰도 기준이 적용돼 용량의 절반인 11GW만 운영되고 있다. 지난 4월부터 동해안에 위치한 민간과 공공 석탄발전소가 모두 멈춰 있는 상황이다. 개별 발전사로 보면 강릉에코파워는 올해 동안 연간 발전률 44%를 예상했으나 현재 15%에 그치며 3000억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값싼 발전소들이 돌아가지 못하면서 전체 SMP 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전기 생산 비용을 낮출 기회가 사라져 한전의 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국민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기후의 급격한 변화가 적은 계절에 N-2 기준을 소폭 완화해 송전망 이용률을 올려주면 발전사들과 한전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전력 시설을 새로 짓는 것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비싸기에 기존 설비부터 잘 활용하는 것이 산업경쟁력을 쌓는 토대가 될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박진표 태평양 변호사는 “송전망 부족문제는 재생에너지 때문에 최근 부각되고 있지만 사실 10년 전부터 제기되던 문제다. 전력당국은 지금까지 송전선로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은폐함으로서 그 비용을 미래세대에 전가하고 있다. 신뢰도 기준을 완화했을 때 리스크가 생긴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상황별로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 산불과 태풍 등 자연환경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고 정말 막을 수 없는 불의의 사고는 확률이 높지 않다. 국민들이 정전을 싫어하더라도 이제는 한전이 적자이고 계통 신뢰도를 완화하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리고 설득해야 한다. 사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전력 신뢰도가 높았던 것은 그만큼 투자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도체와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이정도 전력 신뢰성이 필요한 곳은 많지 않다. 그간 일부 수요처를 위한 비용을 모든 국민들이 나눈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앞으로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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