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우려 교차 속에 시행 들어간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 전기박사신문
- 2024-06-14 21: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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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기사는 전기신문에서 취재·작성한 기사입니다.
지난해 국회 통과 이후 준비기간 거쳐 14일부터 시행
VPP 등 지역단위 신산업 창출 기대감 크지만
특화지역·지역별 요금 개선 필요성 등 지적
송전 계통 안정화 효과 ‘제한적’ 비판도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법)’이 14일 본격 시행에 돌입한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위해 전력의 공급지와 수요지를 일치시킨다는 목표로 통합발전소(VPP)·재생에너지전기저장판매사업 등 다수의 신산업을 전국 각지에 도입 및 육성하는 것이 골자다.
법 시행에 따라 분산에너지의 활용 및 거래가 활성화되고, 각 지방자치단체는 전력의 수요-공급 균형을 맞추기 위한 다양한 에너지 신산업을 지역에 도입할 법적 근거를 확보하게 된다. 또 사업자들은 신규 수요 확대에 기반한 다양한 신사업으로 활로를 찾을 수 있다.
그동안 확정에 진통을 겪었던 시행령 및 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은 14일을 기점으로 입법예고안의 법적 효력이 발생하게 된다. 하위법령은 분산에너지의 발전원별 설비용량 등 범주를 구체화한 것을 시작으로 ▲분산에너지 사업자의 자격요건 ▲배전망 관리감독 ▲설치의무제도 ▲전력계통영향평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분산편익 산정 등에 대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이미 확정된 시행령에 이어, 시행규칙도 11일에서 늦어도 14일 확정을 예상하고 있다”며 “현재 분산에너지 기반 구축사업의 일환으로 20억원 규모의 인력양성, 조사연구, 실태조사 등 인프라 조성에 필요한 사업자금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해 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번 분산법은 계통 안정화에 있어 일부 진전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배전망의 안정적 관리와 관리 사업자의 증설 의무 부여, 접속 및 보안을 위한 전기 흐름 차단 규정이 마련된 것이다. 한국전력공사 내 배전망사업실이 신설돼 설비 확충 및 운영의 빈틈을 메울 예정이다.
지자체의 관심이 높은 특화지역은 산단형·도서형·도심형으로 분류되고, 산단형은 수요 유치형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장기적으로 과잉공급지의 전기요금 절감 효과가 예상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세부 항목별로 개선될 필요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에너지 분산화로 발생하는 편익을 분배할 수 있도록 정량화된 편익을 산정하는 한편,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화도 한시바삐 도입해 분산화의 이점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우선 분산편익의 경우 편익 확대를 위한 조항 등 제도적 근거는 마련됐지만, 분산에너지 사업자에 대한 별도의 재원을 통해 편익을 보상하는 방안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다. 한국에너지공단은 전문 연구기관을 통해 분산 편익을 산정 및 검증하는 계획을 이행 중이나, 실질적인 기금 지원용 예산 마련을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와의 협의를 포함한 여러 단계의 제도적 문턱을 넘어야 한다.
또 다른 이슈는 특화지역과 연계된 지역별 차등 요금제 문제다. 정부는 송전 요금 절감을 통해 공급이 우세한 특화지역의 전기요금을 다소간 낮출 수 있다는 계산 아래 차등 요금제를 검토하고 있다. 이를 통해 대규모 전력수요 기업을 지역에 유치하고, 에너지전환에 더해 법의 가장 큰 효과인 ‘전국적인 산업 재배치’도 노릴 수 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가 오는 2026년부터 비수도권과 수도권을 나눠 지역별 차등 요금제를 시행할 계획이라 밝히면서 산업계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무엇보다 2027년 대선을 앞두고 지역별 요금제가 정치적인 이슈로 부상한다면 제도 이행의 동력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시행이 늦어질수록 요금이 저렴한 전기를 찾는 수요자에 제공할 인센티브가 약화된다”며 “또 당장 RE100의 영향이 큰 산업단지 지역들은 이행 지연에 따른 타격에 대비해야 한다. 요금제 하나로 제도 전체가 유명무실해질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더해 일각에서는 전기요금제도 운영에 차질이 빚어지며 한전의 경영환경 악화를 예상하고 있다. 차등 요금제는 전국 시행이 아닌 특화지역 우선 시행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계통 안정화에 직접적인 솔루션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법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력망 및 전원 분산화를 통해 전력망을 안정화하는 데 있지만, 막상 법상에는 관련 조문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다수다.
업계에선 분산 자원이 주도하는 전력망 구성을 위해 안정성 자원에 대한 구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호남 및 제주에서는 1MW의 태양광 발전소도 추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고, 전력망의 안정성도 흔들리고 있다”며 “재생에너지 발전원에서 발생한 진동이 한빛원전까지 영향을 주고 있지만, 이번 법이 안정화에 직접적인 역할을 하긴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하위법령에 담긴 발전설비 단위용량 상한도 이슈다. 500MW 이하 가스발전소에 집중된 규정이 분산에너지의 정의와 괴리돼 있다는 게 업계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 지역은 GW 단위로 이미 허가를 받은 해상풍력발전소가 분산전원에 포함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망 안정성이 우선 가치로 부상하면서 법의 취지와 거리가 멀어졌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최초로 시행되는 법인 만큼 여러 장점과 긍정적 효과가 예상되지만, 해결해야 할 문제도 산적해 있다”며 “분산에너지 산업의 활성화와 수급균형 정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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