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수도권”…지역별가격제, 발전소 ‘지방 탈출’ 불 지핀다
- 전기박사신문
- 2024-09-03 16: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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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기사는 전기신문에서 취재·작성한 기사입니다.
지방 발전소 송전제약에, 도매가격 차등에…수익성 악화 불 보듯
수도권·비수도권 SMP 10~15원 差…발전소 수도권행 기름 붓는 격
소매요금 차등, 정치권 일정에 변수↑…분산법 목표 역행 비판도
삼천포 석탄화력발전소 전경. [사진=남동발전]
지역별 가격제 시행으로 지방 발전소의 수도권 이전 행렬이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지난 2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지방에 발전소를 둔 민간 발전사, 한전 발전자회사가 내년 상반기 시행될 ‘지역별 가격제(LMP)’라는 변수 앞에서 전전긍긍하고 있다. 도매가격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에 차등 적용하기로 하면서 발전사의 재무 악화가 확실해져서다. 지방에 복합화력을 운영하는 민간 발전사 A는 연간 1000억원의 손실을 보게 된다. 이용률이 높은 석탄발전소는 손실 규모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성이 깎일 상황에 놓이자, 이참에 수도권으로 떠나려는 움직임이 물밑에서 활발하다.
발전자회사 B는 지방에 있는 500MW급 노후 석탄발전소 2기의 대체사업 계획에 대해 재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미 같은 용량의 LNG 복합화력을 짓는 내용의 발전사업허가를 받았지만, LMP가 시행되면 이 지역 발전소의 경제성 타격은 불 보듯 뻔해서다. B사 고위관계자는 “지방은 이용률이 낮아 투자수익률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LMP의 등장으로 수도권행 입지 신호를 명확히 받았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정부는 ‘전력시장 제도개선 방향’에서 전력자원의 지역 분산 유도를 위해 지역별 전력시장 가격에 차등을 둔다고 발표했다. 당시 도매가격(SMP) 차등을 우선 시행한다고 밝혔는데, 당분간 수도권과 비수도권을 나누는 것으로 가닥이 잡힌 상태다. 두 지역 간 도매가격 차이를 분석한 용역 결과도 나왔다. 한전과 전력거래소의 계산에 따르면 kWh당 10~15원의 차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10원 미만의 차이를 보인 용역 결과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 수년 전부터 한전 발전자회사는 수도권 내 집단에너지 사업,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에 공을 들여왔다. 송전 제약과 그로 인한 손실을 따질 때 가급적 수도권에 발전소를 두는 게 경영상 합리적이란 판단 때문이다. 송산(남동발전), 고양·창릉(남부발전), 용인(중부발전) 집단에너지 사업, 3GW 규모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복합화력(서부·남부·동서발전) 등이 모두 이에 해당한다.
이런 흐름 속에 등장한 LMP를 두고 업계는 비수도권 발전소의 수도권 행렬에 기름을 붓는 격이란 반응을 보인다. B사처럼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곳 중 재검토에 돌입한 사례도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발전자회사 C의 전원개발 담당자는 현재 지방에 건설 중인 복합화력을 두고 “예타 때 평가한 수익성보다 낮아진 채 운영할 수밖에 없다”며 “신규 대체사업의 경우 수도권 위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민간 발전사의 고민도 만만찮다. 특히 지방에 수명이 한창 남은 발전소를 보유한 민간 발전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A사 관계자는 “새 제도를 시행하더라도 일종의 유예기간이 필요하다”며 “발전소가 하루아침에 짐을 싸서 수도권으로 이전할 수 없지 않느냐”며 불만을 에둘러 전했다. 정산조정계수를 통해 전체 발전사업의 수익률을 조정받는 발전자회사와 달리 SMP 하락에 따른 영향을 그대로 받는다는 점도 민간 발전사의 고민을 더한다.
업계는 도매·소매요금 차등에 시차를 둔다는 전력 당국의 계획을 놓고 ‘시장에 큰 왜곡을 불러온다’며 비판한다. 정부는 약 1년의 적용 시차를 둔다는 방침이지만, 2026년 지방선거와 202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소매요금 차등 도입은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사이 발전소는 수도권에 집중되며 당초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의도했던 전력자원의 지역 분산은 뒷전으로 밀리게 됐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몇 년 전 전력시장이 실계통 기반으로 개편되며 제약비발전정산금(COFF)이 사라졌다. 이 와중에 LMP 시행으로 발전사는 이용률이 높고 수익성도 좋은 수도권으로 이삿짐을 쌀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입지 신호를 분명히 준다는 점에선 평가할 만하지만 분산정책 목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제도가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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